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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잡설

사냥을 할 것인가, 농사를 지을 것인가

오랜 시간 투자에 관심을 두고 시장을 관찰해보니,
투자 스타일은 크게 사냥과 농사의 두 가지 방식이 있는 것 같다.
 
사냥은 말 그대로 움직이는 표적을 잡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매우 즉각적인 이익을 목표로 한다.

사냥의 핵심은 크게 3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목표로 한 사냥감의 특성을 관찰하고 파악하는 것이다. 즉 종목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토끼같은 작은 사냥감에 대해서는 특성 파악이 잘 안되더라도 그 결과가 '허탕'에 불과하지만, 곰이나 멧돼지 같은 큰 사냥감에 대한 몰이해는 '목숨'이 위태롭다. 

재무제표는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 가격의 움직임과 수급의 변화가 더 핵심이다. 그리고 환경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사막에 사는 들쥐와 산속에 사는 들쥐는 행태가 다르다. 시장이 강세인지 약세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면 종목의 움직임에 대한 이해도 반쪽짜리다.  

두번째는 사냥에 쓸 무기를 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매매전략을 말한다. 매매전략은 이론상 전세계 투자자의 수만큼 존재한다. 그러나 검증된 무기가 아니라면 무모한 사냥을 해서는 안된다. 노련한 사냥꾼은 사냥에 효과적인 무기를 갖추고 그 무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기량을 갖추는데 집중한다. 

무기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손에 익지 않으면 자신을 해칠 수도 있다. 연구하고 반복해서 사용함으로써 손에 완전히 익혀야 비로소 무기로서의 효용이 나타난다. 복잡한 매매전략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단기매매가 반드시 위험한 것도 아니다. 손에 충분히 익히는 것이 핵심이다. 이것도 못하면서 심리 운운하는 것은 초보자나 하는 짓이다. 

세번째는 컨디션의 조절이다. 이것은 심리와 직결될 뿐더러 판단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사냥꾼은 자신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쉰다. 심신이 강건하지 않은 사냥꾼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컨디션 조절을 제대로 못하는 투자자는 단기투자를 해서는 안된다. 

과도한 욕망과 무리한 공포감은 사냥꾼을 죽음으로 내몬다. 이러한 심리상황에 몰리지 않도록 사냥꾼은 항시 신중하게 자신의 심신을 단련한다. 

냉정하면서 과감하고 강단있는 성격이 사냥같은 매매 스타일에 걸맞는 것 같다. 젊은 나이에 화려하게 부를 쌓았던 투자자 중에서 이런 스타일을 많이 찾을 수 있다. 요즘에는 집단사냥이 유행하는 것같다. ^^


반면, 농사는 때를 잡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장기적인 이익을 목표로 한다.

농사의 핵심 역시 3가지다. 

첫번째는 때(계절)를 아는 것이다. 계절의 순환을 모르고 농사를 짓는 농사꾼은 없다. 봄에 심을 작물과 가을에 심을 작물이 뭔지를 구분 못하는 농사꾼도 없다. 건기에 씨를 뿌리는 농사꾼도 없다. 마찬가지로 어떤 시기에 종목을 사야 하는가에 대해서 시기를 기다리고 이때를 놓치지 않는 사람들은 농사꾼같은 매매자다. 

가장 중요한 때는 살 때와 팔 때다. 공포스러운 하락장세가 시작되고 투매가 나오면서 시장에 비극적인 뉴스가 넘쳐나고 증시자금이 이탈이 심화될 때가 농사를 시작할 때다. 오르는 주식에 모두가 환호하고 장미빛 전망으로 누구나 부자가 될 것같은 느낌에 사로잡힐 때가 추수를 시작할 떄다. 

두번째는 좋은 종자를 고르는 눈이다. 계절을 잘 선택했다고 해도 아무 씨나 뿌려서는 수확이 없다. 계절에 맞는 씨를 선택해야 함은 물론이고 싹을 틔울 수 있는 제대로 된 씨앗을 찾아야 한다. 이런 눈은 쉽게 갖춰지지 않는다. 노련한 농사꾼은 봄에 뿌릴 씨앗을 겨울이 닥치기 전에 준비한다. 

종자는 투자종목을 말한다. 어떤 종목이 수익을 안겨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꾸준한 관찰과 공부가 필요하다. 훌륭한 농사꾼은 좋은 종자를 얻기 위해 천리길을 마다 않고 달려간다. 좋은 종목을 찾아 보물상자에 항시 재워두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고 이것을 밭에 뿌리기 전까지 보살피고 관찰해야만 한다. 

세번째는 인내심이다. 농사꾼에게 인내심이 없다면 추수하기 전에 농사를 망치거나 병으로 몸을 망친다. 때를 산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그리고 순환을 믿지만 그 과정은 예측할 수 없다. 자연은 혹독하거나 자비롭다. 일희일비하는 성격은 농사에 맞지 않는다. 1년 내내 일을 한 후에야 비로소 수확으로 이익을 얻는다. 자연이 자비로웠다면 풍요롭겠지만 혹독했다면 초라할 것이다. 

투자시장에서 인내심을 갖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키우는 작물이 매일 눈에 들어온다. 어느 날은 비가 오고 어느 날은 우박이 내린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때를 선택하는 것은 인간이지만 결실은 자연이 준다. 이 과정을 인내할 수 있는 사람만이 농사같은 매매를 한다. 

투자시장에서 농사꾼같은 투자자를 보는 것은 드물다. 그만큼 투자시장은 들뜨기 쉬운 곳이다. 그러나 몇몇 대가들은 사냥보다는 농사꾼같은 스타일로 결실을 냈다. 그리고 진정한 대가의 반열에 올랐다. 워렌버핏같은 경우는 볍씨를 심은게 아니라 묘묙을 심고 나무를 키우는 사람같이 보인다. ^^    


나는 어떤 스타일의 투자자일까? 사냥꾼에 가까운 것 같다. 몇 일 사이 토끼 몇 마리 정도를 잡은 것 같은데, 이런 걸로 올 겨울을 어떻게 나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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